앞치마 테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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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직포 앞치마
부직포 앞치마

퇴사하기 전 나는 회사를 일종의 사회 실험장처럼 써보기로 했다. 그때 나는 앞치마 테스트라는 것을 해보았다.

다니던 회사 구내식당에선 1회용 부직포 앞치마를 제공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사람들이 앞치마를 쓰지 않았다. 인지를 못 한 건지, 귀찮았던 건지 아니면 아까웠던 건지.

그래서 내가 앞치마를 쓰면서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나 관찰해보기로 했다. 다만 그냥 쓰진 않았다. 규칙은 이랬다.

  1. 한 번 꺼낸 앞치마는 최소 2주는 계속 쓴다. (아까워서 못 쓰는 사람들 대비)
  2. 점심시간이 되면 앞치마를 바로 착용하고 식당으로 간다. 즉 내가 앞치마를 쓴 모습은 내 책상, 엘리베이터, 계단, 식당까지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다. (따라서 앞치마의 존재를 모를 리는 없다)
  3. 누가 내 앞치마에 대해 물어보면 '편하고 좋아요'라고 긍정적으로 말한다.

이때 사람들의 반응은 다음과 같았는데

  1. 아예 관심이 없음
  2. 뭐 굳이 그렇게까지? 라며 반응하기
  3. 한 번 정도는 앞치마 착용해보기
  4. 나 따라서 계속 앞치마 착용하기

4번의 경우 단 1명에 불과했다. 3번도 소수에 불과했고. 절대 다수는 1 또는 2에 속했다.

내가 생각하기엔 앞치마 입기는 ROI가 꽤 좋은 행위다. 별다른 귀찮음은 없으면서도 혹시라도 생길 불상사를 예방해주니까. +EV인 보험인 셈이다. 그런데도 따라하지는 않는다.

한 번은 흰 셔츠 입고 온 동료한테 오늘 한 번 써보라고 권했는데, 굳이 안 쓰다 하필 그날 음식 양념이 튀더라. "아~ 시안님 말 들을걸 그랬네요" 하면서 여전히 다음에도 착용하지는 않더라.

그런데 이게 과연 앞치마 착용하기에만 적용될까? 내 생각엔 이 습관은 업무에도 전이되는 능력 같다. 관찰력, 호기심, 열린 마음, 행동력을 가져야만 가능한 행동이니까. 주변 동료가 쓰는 좋은 도구를 따라 써본다든가, 옆 팀 대화를 듣고 우리 팀 상황에 맞춰 보는 능력 말이다.

어쩌면 사람들이 회사 일이 너무 바빠서 관찰하거나 따라 해볼 여유가 없었던 것 아닐까 싶어서 안타깝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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