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동하는 제텔카스텐의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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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텔카스텐의 효과를 체감하기는 참 어렵다. 그래서 제텔카스텐을 사용하면서도 내가 맞게 하고 있는 건지 궁금해진다. 그래서 이렇게 사용하면 괜찮다고 할 만한 기준을 제시해보려 한다.

1. 참고 노트 - 레퍼런스를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예전에 읽었던 아이디어나 생각을 떠올릴 때 그 아이디어 자체를 떠올리지 그 출처가 생각나지는 않는다. 그 출처를 최근에 읽었거나 정말 감명받았던 게 아니라면. 무슨 소리냐 하면, 어떤 아이디어가 생각났을 때 그게 어떤 책이나 영상에서 나왔는지를 까먹는단 얘기다. 이는 책이나 논문을 쓸 때 출처를 밝혀야 하거나 혹은 해당 생각을 다시 깊게 알고 싶을 때 난감해진다.

하지만 참고 노트를 제대로 작성하고 이를 영구 노트랑 연결했다면 어떤 생각을 어디에서 갖고 왔는지 알 수 있다. 이는 출처를 밝힐 때도 도움이 되고, 어떤 생각을 다시 자세히 알고 싶을 때 뭘 참고해야 할지도 알려준다.

2. 참고 노트 - 외부 지식을 내 멘탈 모델과 연결할 수 있다

자료를 읽으며 얻는 외부의 지식을 내 멘탈 모델과 연결한다면 참고 노트를 잘 활용하고 있는 거다. 참고 노트와 멘탈 모델의 연결은 학습을 용이하게 해준다. 내 맥락에 맞게 지식을 연결하는 거니까. 이를 정교화라고도 한다. 새 정보를 기존의 스키마랑 연결하는 것.

연결의 힘을 체험해보기 위해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심장에서 피가 나오는 동맥은 조금 더 두껍고 탄성이 있다. 그리고 정맥은 더 얇은 대신 판막이 있다. 이런 사실을 그냥 암기하려면 어려울 거다.

하지만 동맥의 경우 심장의 펌프로 피가 뿜어져 나오기에 더 높은 압력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피가 흐름에 따라 압력이 낮아지는 정맥은 좀 더 낮은 압력을 감당하면 되지만, 반대로 낮아진 압력으로 역류를 막아야 하기에 판막이 존재한다.

이는 우리가 갖고 있는 멘탈 모델인 받는 힘이 세지면 재료가 더 많이 존재해서 힘을 지지해야 한다 와 모든 운동은 저항을 받아서 그 힘이 떨어진다 랑 부합한다. 이렇게 멘탈 모델과 연결되면 동맥과 정맥의 특징을 암기하기 쉬워진다.

책의 내용을 기존의 내 생각과 연결하면 학습이 더 쉬워진다
책의 내용을 기존의 내 생각과 연결하면 학습이 더 쉬워진다

이와 같이 참고 노트에 있는 내용을 내 기존 멘탈 모델이나 영구 노트에 연결하면 암기가 더 쉬워진다. 위의 참고 노트의 내용은 개발자를 뽑는 데 연차가 중요한 게 아니라 실제로 일할 작업의 일부를 물어보는 게 더 중요한 요소라는 거다. 이를 그냥 읽으면 나중에 생각나기 어려울 거다. 실제 개발자 면접을 볼 때 생각나기나 할까?

하지만 기존에 갖고 있는 영구 노트인 좋은 테스트는 실제 상황이랑 근접한 테스트다랑 연결되어서 쉽게 암기할 수 있게 되었다. 해당 영구 노트는 연습은 실전처럼 하는 것이 좋다라는 내 멘탈 모델의 내용이기에 책 내용을 암기할 수 있게 된 거다.

3. 영구 보관용 노트 - 생각을 이어서 할 수 있다

어떤 아이디어나 생각을 깊게 하려면 어딘가에 적어두는 것이 필수다. 안 그러면 생각이 분절된다. 생각이 분절되면 했던 생각을 또 하게 되거나 혹은 무슨 생각을 해야 할지 모르게 된다. 그렇게 되면 생각을 깊게 할 수 없고 얕은 생각만 갖게 된다. 이는 제텔카스텐이 아니라 세컨드 브레인의 필요성과도 일치한다.

제텔카스텐은 생각의 분절 문제를 해결한다. 작동하는 제텔카스텐은 생각을 이어서 하게 도와준다. 참고 노트로부터 나만의 생각을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영구 노트에서 다른 영구 노트로 생각을 뻗어나갈 수 있게 한다. 구조 노트에서 어떤 생각을 하면 될지도 알려주고.

이 생각의 연결이 제텔카스텐이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가르는 중요 요소라 생각한다. 제텔카스텐 입문자는 하나의 노트에서 여러 노트로 얕게 뻗어나간다. Top-down 방식의 사고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제텔카스텐 숙련자는 하나의 노트가 깊게 뻗어나가는 모양을 갖게 된다. 그리고 길게 뻗어진 노트들이 서로 연결된다.

다음은 옵시디언 그래프 뷰로 본 내 영구 보관용 노트다. 패턴은 보이지 않고 노트끼리 촘촘히 길게 연결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서로 긴밀하게 연관성이 있다는 거다. 1

서로 연결되기
서로 연결되기

다음과 같이 어떤 패턴이 보이는 것은 이쁘긴 해도 작동하는 제텔카스텐은 아닐 거다. 노트끼리 서로 길게 연결되면 패턴은 사라지거든. 작동하지 않는 제텔카스텐은 이런 모습을 보인다. 생각이 하나에서 많이 발산되고 그 생각들이 연결되지 않는다.

예쁘기는 한데 의미는 없다
예쁘기는 한데 의미는 없다

4. 영구 보관용 노트 - Output을 내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제텔카스텐이 유명해진 것도 결국 니클라스 루만의 다작 때문이었다. 최종적으로 제텔카스텐은 생산에 활용해야 효과를 본다고 생각한다. Output 내는 데 활용하지 않으면 굳이 힘들여서 참고 노트랑 영구 노트를 쓰는 보람이 없다. 어떻게 쓰든 간에 결국 Output을 내는 데 활용한다면 작동하는 제텔카스텐이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제텔카스텐에 대한 오해를 몇 가지 짚고 끝내겠다

  1. 효과를 체감하기 위해선 굳이 1000개의 노트를 가질 필요는 없다

제텔카스텐의 효과를 체감하려면 노트의 개수가 쌓여야 하고 1000개의 노트가 쌓여야 한다는 내러티브가 있다. 하우 투 제텔카스텐 책에서부터 시작된 내러티브인 것 같다. 나는 제텔카스텐의 효과는 노트 전체 개수보다는 노트의 밀도가 중요하다고 본다. 하나의 주제와 생각으로 노트가 100개만 쌓여도 충분히 여러 온라인 컨텐츠를 생산할 수 있다. (100개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리 많은 노트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는 거다) 하나의 컨텐츠는 노트 5-10개 정도는 쓸 거고. 아무리 노트가 1000개여도 주제가 다 산발적이고 제대로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효과를 체감하지 못할 거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컨텐츠가 별로 독특한 컨텐츠도 아닐 거고.

  1. 제텔카스텐이 필력을 늘려주진 않는다

그리고 제텔카스텐이 글쓰기를 위한 도구라고 해서 이게 글빨을 늘려주는 것을 기대할 수도 있다. 혹시라도 필력을 기르기 위해 제텔카스텐을 사용하고 있다면 방향이 잘못된 것 같다. 제텔카스텐은 글의 깊이를 깊게 해주지 글을 맛깔나게 해주는 도구는 아니다. 일단 나만 해도 글을 잘 쓴다고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한다.

물론 글을 많이 쓰게 되면 어느 정도 글빨이 늘 수도 있다. 그러나 글빨을 늘리려면 결국 피드백이 있는 의도적 훈련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제텔카스텐의 워크플로에는 의도적 훈련이 없다.

Footnotes

  1. 사실 눈에 보이기엔 패턴이 안 보이는 거지 패턴이 있기는 하다. 이를 스몰 월드 네트워크(small world network)라고 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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