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텔카스텐의 효과를 체감하기는 참 어렵습니다. 그래서 제텔카스텐을 사용하면서도 내가 맞게 하고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사용하면 괜찮다라고 할만한 기준을 제시하려고 합니다.
## 1. 참고 노트 - 레퍼런스를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예전에 읽었던 아이디어나 생각을 떠오를 때 그 아이디어 자체를 떠오르지 그 출처가 생각나지는 않습니다. 그 출처를 최근에 읽거나 정말 감명받았던 것이 아니라면요. 무슨 소리냐 하면, **어떤 아이디어가 생각났을때 그게 어떤 책이나 영상에서 읽었는지를 까먹는단 얘기입니다.** 이는 책이나 논문을 쓸 때 출처를 밝혀야 하거나 혹은 해당 생각을 다시 깊게 알고 싶을때 난감해지죠
하지만 **참고 노트를 제대로 작성하고 이를 영구 노트랑 연결했다면 어떤 생각을 어디에서 갖고왔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출처를 밝힐 때도 도와주고 어떤 생각을 다시 자세히 알고 싶을때 뭘 참고해야 할 지 도와주죠.
![[Pasted image 20240715211914.png|300|영구 노트를 읽을 때 그 생각이 어디서 출발했는지 찾을 수 있습니다]]
## 2. 참고 노트 - 외부 지식을 내 멘탈 모델과 연결할 수 있다
자료를 읽으며 얻는 외부의 지식을 내 멘탈 모델과 연결한다면 참고 노트를 잘 활용하고 계신겁니다. **참고 노트와 멘탈 모델과의 연결을 학습을 용이하게 해줍니다.** 내 맥락에 맞게 지식을 연결하는 거니깐요.
연결의 힘을 체험해보기 위해 예를 하나 들겠습니다. 심장에서 피가 나오는 동맥은 조금 더 두껍고 탄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정맥은 더 얇은 대신 판막이 있죠. 이런 사실을 그냥 암기하려면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동맥의 경우 심장의 펌프로 피가 뿜어져 나오기에 더 높은 압력을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피가 흐름에 따라 압력이 낮아지는 정맥은 좀 더 낮은 압력을 감당하면 되지만, 반대로 낮아진 압력으로 역류를 막아야 하기에 판막이 존재하죠.
이는 여러분들이 갖고 있는 멘탈 모델인 `받는 힘이 세지면 재료가 더 많이 존재해서 힘을 지지해야 한다` 와 `모든 운동은 저항을 받아서 그 힘이 떨어진다` 랑 부합합니다. 이렇게 멘탈 모델과 연결되면 동맥과 정맥의 특징을 암기하기 쉬워질 겁니다.
![[Pasted image 20240715212031.png|300|책의 내용을 기존의 내 생각과 연결하면 학습이 더 쉬워집니다]]
이와 같이 참고 노트에 있는 내용을 내 기존 멘탈 모델이나 영구 노트에 연결하면 암기가 더 쉬워집니다. 위의 참고 노트의 내용은 개발자를 뽑는데 연차가 중요한게 아니라 실제로 일할 작업의 일부를 물어보는게 더 중요한 요소라는 겁니다. 이를 그냥 읽으면 나중에 생각나기 어려울 겁니다. 실제 개발자 면접을 볼 때 때 생각나기나 할까요?
하지만 기존에 갖고 있는 영구 노트인 `좋은 테스트는 실제 상황이랑 근접한 테스트다`랑 연결되어서 쉽게 암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해당 영구 노트는 `연습은 실전처럼 하는 것이 좋다`인 제 멘탈 모델의 내용이기에 책 내용을 암기할 수 있게 되었죠.
## 3. 영구 보관용 노트 - 생각을 이어서 할 수 있다
어떤 아이디어나 생각을 깊게 하려면 어딘가에 적어두는 것이 필수입니다. [[자고 일어나면 까먹는 문제 - 생각의 분절|안 그러면 생각이 분절됩니다.]] 생각이 분절되면 했던 생각을 또 하게 되거나 혹은 무슨 생각을 해야할 지 모르는 것이죠. 그렇게 되면 생각을 깊게 할 수 없고 얕은 생각만 갖게 됩니다. 이는 제텔카스텐이 아니라 세컨드 브레인의 필요성과도 일치합니다.
제텔카스텐은 생각의 분절 문제를 해결합니다. 작동하는 제텔카스텐은 생각을 이어서 하게 도와줍니다. 참고 노트로부터 나만의 생각을 할 수 있게 도와주고요. 또 영구 노트에서 다른 영구 노트로 생각을 뻗어나갈 수 있게 합니다. 구조 노트에서 어떤 생각을 하면 될지도 알려주고요
**이 생각의 연결이 제텔카스텐이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가르는 중요 요소라 생각합니다.** 제텔카스텐 입문자는 하나의 노트에서 여러 노트로 얕게 뻗어나갑니다. Top-down 방식의 사고에 익숙하기 때문이죠. 반대로 제텔카스텐 숙련자는 하나의 노트가 깊게 뻗어나가는 모양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길게 뻗어진 노트들이 서로 연결되죠.
다음은 옵시디언 그래프 뷰로 확인할 수 있는 차이입니다.
제 영구 보관용 노트입니다. 패턴은 보이지 않고 노트끼리 촘촘히 길게 연결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즉 서로 긴밀하게 연관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Pasted image 20240715212420.png|300|서로 연결되기]]
다음과 같이 어떤 패턴이 보이는 것은 이쁘긴 해도 작동하는 제텔카스텐은 아닐겁니다. 노트끼리 서로 길게 연결되면 패턴은 사라지거든요. 작동하지 않는 제텔카스텐은 이런 모습을 보입니다. 생각이 하나에서 많이 발산되고 그 생각들이 연결되지 않습니다
![[Pasted image 20240715212506.png|300|예쁘기는 한데 의미는 없습니다]]
## 4. 영구 보관용 노트 - Output을 내는데 활용할 수 있다
제텔카스텐이 유명해진 것도 결국 니클라스 루만의 다작이었습니다. 최종적으로 제텔카스텐은 생산에 활용해야 효과를 본다고 생각합니다. **Output 내는데 활용하지 않으면 굳이 힘들여서 참고 노트랑 영구 노트를 쓰는 보람이 없죠.** 어떻게 쓰든 간에 결국에 Output을 내는데 활용하시면 작동하는 제텔카스텐이지 않을까 합니다.
## 마지막으로 제텔카스텐에 대한 오해를 몇 가지 짚고 끝내겠습니다
1. **효과를 체감하기 위해선 굳이 1000개의 노트를 가질 필요는 없다**
제텔카스텐의 효과를 체감하려면 노트의 개수가 쌓여야 하고 1000개의 노트가 쌓여야 한다는 내러티브가 있습니다. 하우 투 제텔카스텐 책에서부터 시작된 내러티브인 것 같은데요. 저는 **제텔카스텐의 효과는 노트 전체 개수보다는 노트의 밀도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하나의 주제와 생각으로 노트가 100개만 쌓여도 충분히 여러 온라인 컨텐츠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100개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리 많은 노트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는 겁니다) 하나의 컨텐츠는 노트 5-10개 정도는 쓸 거고요. 아무리 노트가 1000개여도 주제가 다 산발적이고 제대로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효과를 체감하지 못 할 겁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컨텐츠가 별로 독특한 컨텐츠도 아닐 것이고요.
2. **제텔카스텐이 필력을 늘려주진 않아요**
그리고 제텔카스텐이 글쓰기를 위한 도구라고 해서 이게 글빨을 늘려주는 것을 기대하실 수도 있습니다. 혹시라도 필력을 기르기 위해 제텔카스텐을 사용하고 계신다면 방향이 잘못된 것 같습니다. **제텔카스텐은 글의 깊이를 깊게 해주지 글을 맛깔나게 해주는 도구는 아닙니다.** 일단 저만 해도 글을 잘 쓴다고 자신있게 말하지 못합니다.
물론 글을 많이 쓰게 되면 어느정도 글빨이 늘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글빨을 늘게하려면 결국 피드백이 있는 의도적인 수련 (deliberate practice)이 있어야 된다고 봅니다. 제텔카스텐의 워크플로는 의도적인 수련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