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계발의 시대입니다. **자기 계발 영상은 넘쳐나지만 실제로 효과가 있는 것은 적은 것 같습니다.**
특히나 생산자 입장에서 유튜브 영상을 만들다 보니 보이는 것이 몇 개 있습니다. 그것에 대해 말해보려고 합니다.
# [[팔리는 조언이 효과적인 조언은 아니다]]
자기 계발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더 나은 사람이 되는 효과를 바라실 겁니다. 그리고 유튜브 피드에는 좋은 평가를 받는 콘텐츠들이 뜨죠.
효과와 평가. 이 둘 사이에는 괴리가 있습니다.
먼저 첫 번째는 시차적인 괴리입니다. 자기 계발 콘텐츠는 **장기적으로 적용해야 효과**가 나타납니다. 그러나 콘텐츠에 대한 **평가는 그 즉시** 이뤄집니다. 시청을 하고 나서 혹은 중간에 좋아요나 구독을 누르게 되죠. **이렇게 즉시 평가를 할 때는 효과를 체감할 시간이 없습니다.** 영상대로 따라 하고 몇 달 후에 그 영상에 좋아요와 구독을 누르는 일은 없을 겁니다. 영상 시청 즉시 드는 감정에 의해 좋아요나 구독을 남기게 되죠.
**그렇기 때문에 효과가 있는 영상보다는 감정을 잘 불러일으키는 영상이 뜨게 되어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동기부여 영상이 있겠죠. 그래서 자기 계발 콘텐츠에는 마케팅을 적용할 부분이 많아집니다. 현재 한국 자기 계발 유튜브에서 누가 유명한지 따져보면 됩니다. 그분들이 잘못된 콘텐츠를 만든다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어떤 스킬을 가진 사람이 자기계발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두 번째로는 효과와 허들의 괴리입니다. 허들 대비 효과가 크면은 정말 좋은 방법일 겁니다. ROI가 높은 방법이랄까요. 그런데 **아쉽게도 허들과 효과는 Trade-off 관계입니다.**
예컨대 도파민 분비를 늘리기 위해서 찬물 샤워를 하라는 영상은 인기가 많을 것입니다. 당장 내일 아침에 해볼 수 있을 것 같거든요. 하지만 정신과를 가서 뇌파나 기질 검사를 받아보고 처방받으라는 얘기는 인기가 없을 것입니다. 돈, 시간 병원 알아보고 예약할 에너지가 많이 드는 허들이 높은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따분한 얘기기도 하고요. 하지만 효과는 확실하죠.
**이렇게 효과가 좋은 콘텐츠는 여러분에게 구체적으로 큰 변화를 요구합니다.** 그런 콘텐츠는 따라 하기도 어렵고 내용도 구체적이라 재미가 없죠. 그러면 시청 조회율에도 영향을 미치고 떡상하기는 힘든 영상이 될 겁니다. 정말 도파민 얘기하는 콘텐츠 중에 정신과 의사가 얘기하는 건 피드에 잘 안 뜨지 않나요? (피부도 피부과 대신 이상한 민간 요법이 유행하고요.)
# [[유튜브 영상은 검증된 조언보다 실험적인 조언이 많다|검증되지 않은 조언]]
유튜브 특성상 검증된 방법보다는 실험적이고 피상적인 조언이 많습니다. 이런 특징은 **컨텐츠 생산의 진입장벽이 낮은 블로그, 트위터,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보통은 자기 경험에 빗댄 조언이나 요즘은 한술 더 떠서 ChatGPT가 만들어준 것들도 많습니다. 또 뇌과학 같은 트렌디하고 뭔가 과학적인 키워드로 무장되어 있죠.
![[Pasted image 20240626211830.png| 내가 뇌과학 키워드로 무장한 콘텐츠를 보고 드는 느낌|300]]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게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내용보다는 **실험적인 이야기에 끌립니다**. 사람들의 **자극 추구** 성향 때문이죠. 모처럼 재밌는 거 보려고 유튜브 켰는데 따분한 거 볼 수는 없잖아요. 검증된 방법들은 이미 사용 중이거나 들어봤을 수도 있고 또는 효과는 좋은데 따라 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죠.
![[20240626211912.png|중년 백인 명문대 교수가 뇌과학 키워드로 무장하면 다들 미친다|300]]
요즘 유튜브 피드를 휩쓸고 있는 앤드류 후버만이 있습니다. 앤드류 후버만이 잠 깨려면 눈을 위로 뜨라는 내용을 팟캐스트에서 말하자마자 한국 자기 계발 유튜브들이 미친 듯이 짜깁기를 했는데요. **그런데 이게 정말 효과가 있는 방법이었다면 스타벅스 매출은 감소할 것이며 인터넷 강사들은 조는 학생들에게 눈 위로 떠서 잠 깨는 법을 가르쳤을 것이고 이게 또 정승제 사생팬 유튜브 채널에 뜰 것이며 정부에서는 졸음운전을 막기 위해 눈 위로 잠깐 뜨기 캠페인을 진행할 것입니다.** **정말 효과가 있는 방법이면 현장에서 무조건 빨리 받아들입니다**. 최소한 효과가 있다는 증언하는 영상이라도 있을법하지만 없죠.
#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조언
자기 계발의 특징으로는 콘텐츠에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됩니다. 유사 의학, 유사 과학이란 말은 있어도 유사 자기 계발이란 말은 없습니다. 의학은 잘못된 정보가 사람을 조져놓지만 자기 계발엔 그런 게 없기 때문입니다. 자기 계발에선 좋은게 좋은 겁니다. 제안하는 방법들이 해보면 조금은 좋을 수 있죠.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함정에 빠지기 너무 쉽습니다. 그 시간에 다른 걸 하는 게 더 나을 수 있거든요. 본질을 흐리기도 하고요.**
**자기 계발은 비판을 받기까지 오래 걸립니다.** 핫했던 미라클 모닝도 이제 와서야 조금씩 비판을 받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홍보했던 것보다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판명 날 때까지는 시간, 주의력이 굉장히 많이** **소모됩니다.**
또 많은 자기 계발 콘텐츠들이 해외 구루들의 영상 클립들을 짜깁기해서 만드는데요. 이렇게 만들면 의미가 전달이 되지 않습니다. 내용 자체는 이해가 될지언정 **그 사람의 마인드 셋을 이식해야만 행동까지 이어지는데 이건 영상 한두 개로 커버되는 게 아닙니다.**
기독교인들도 성경에서 말하는 대로 살고 싶어서 매주 교회 가는데 여러분들도 대가들의 마인드 셋을 이식하려면 영상 한두 개가 아니라 책도 보고 구루의 트위터도 팔로우 하는 등의 덕질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피상적으로 하이라이트만 뽑아서 만든 클립으로는 행동으로 이어지기 매우 힘듭니다. **덕질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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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계발 영상 효과 운운을 넘어서 피드가 주도하는 정보 섭취는 지식 노동자의 경쟁력에 큰 독이라 생각합니다. **주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자신이 콘텐츠를 직접 찾아 발굴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앞으로도 더욱 희귀해질 능력이겠죠. 자기 계발 영상도 필요한 스킬을 찾아서 시청해야지 좋아요와 구독을 늘리기 위해 마케팅과 추상적인 내용으로 채워진 콘텐츠를 소비해 봤자 발전은 없을 겁니다. 비슷한 의견인 나심 탈레브의 말로 글을 마무리합니다.
> [!quote]
> 신문을 읽지 마세요. 어떤 형태로도 뉴스를 따라다니지 마세요.
> 그보다는 작년 신문을 읽으세요. 이는 뉴스를 무시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 사건으로부터 뉴스를 봐야지 그 반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
>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