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심, 저녁 식사 후에 혈당 스파이크 방지와 부업을 위해 일반 자전거로 배달한다. 다녀오면 식곤증은 사라지고 기분도 꽤 상쾌해진다. 내가 사는 동네엔 산 쪽 빌라촌이 있어서 업힐에서 운동도 꽤 된다.
제법 익숙해지니 산책처럼 배달하게 되었다. 그러니 아이디어가 샘솟기도 한다. 배달하며 글감을 생각하거나 글을 구조화한다. 몸을 쓰면서 머리를 쓰는 일종의 훈련으로 생각하고 있다.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글을 써내기 훈련. 이때엔 STT 기능이 매우 중요하다. 자전거를 탈 때는 타이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번 할 때마다 1~2 시간은 한다. 시급은 0.5~2 만 원 정도다. 대부분 최저시급은 넘긴다. 날씨가 나쁜 날에는 잘 벌고. 정해진 직업이 없는 나에겐 쏠쏠한 벌이다. 돈 액수보다도 재미가 있다.
요즘은 중동 위기로 고유가 시대가 되었다. 이럴 때일수록 나 같은 친환경 배달부가 소중하다. 내가 1 시간에 평균 6km 정도 배달하더라. GPT 에게 물어보니 이는 오토바이 대비 CO2 를 300~400g 정도 아낄 수 있다고 한다. 이는 나무 하나가 10 일 동안 흡수하는 양이라고 한다. 내가 오토바이 콜을 뺏어서 1 시간 동안 배달할 때마다 세상엔 10 일살이 나무가 한 그루씩 심어진다.

배달은 의외로 재밌는데 그걸 잘 보여주는 게임이 데스 스트랜딩이다. 거의 망한 지구에서 주인공은 배달부다. 여기서 주요 적 중 하나는 뮬이다. 뮬은 주인공의 배달물을 훔친다. 그런데 놀랍게도 뮬은 배달물 자체에 관심을 갖는 게 아니다. 뮬은 배달 중독자들이라서 주인공에게서 배달 콜을 빼앗는 것이다. 데스 스트랜딩 제작자인 코지마 히데오가 배달 알바라도 해봤는지 그 재미를 아는 듯하다. 그저 이동하면서 누군가에게 기여한다는 쾌감.

그리고 해당 세계관에서 흥미로운 점은 돈이라는 개념이 없다는 것이다. 배달을 완료하면 돈이 아니라 좋아요를 받는다. 배달부들은 사람들에게 따봉을 받는 쾌감으로 배달한다. 어쩌면 기본소득 시대가 온다면 우리 미래에 가까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