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 방법론을 팔다 보니, 방법론을 피상적으로 따라 하는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된다. 제텔카스텐은 따라 하기 어려워도 PARA는 다들 성공적으로 도입하겠지 내심 기대도 했었다. 다음은 예전에 있었던 일화다.
내 영상을 잘 봐주는 감사한 구독자 한 분을 만나 커피챗을 했다. 서로 옵시디언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보여주고 생산성에 관해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눴다. (주로 시장성 얘기였다) 구독자분은 PARA 영상을 잘 봤지만, 자신에게 잘 안 맞는 것 같아서 금방 사용을 접었다고 했다. 그래서 닉 마일로의 ACE 같은 다른 프레임워크를 적용했나 보니 그것도 아니었다.
기존 프레임워크를 안 사용하고 자기 맞춤대로 방법을 만들고 있더라. 좀 의아하단 생각이 들었다. 생산성이 정답이 없는 분야라지만 프레임워크를 안 쓰는 건 스스로 프레임워크를 만들겠다는 얘기랑 똑같다. 비약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내게는 티아고 포르테나 숀케 아렌스가 되겠다는 말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프레임워크 갖는 것의 중요성은 다른 글에서 다루고 있다. 프레임워크 - 반증 가능성과 자연 선택
방법론과 지식이 넘쳐나지만 깊게 이해하고 꾸준한 행동으로 옮기기에는 어려운 세상이 된 것 같다. 정보가 넘쳐나니 값어치가 떨어져서 소중함을 못 느끼게 되어 그런 거 아닐까 싶다. 쉽게 정보를 접하니 쉽게 사용하다가 금방 효과가 안 보이면 바로 폐기한다. 그리고 또 다른 방법을 찾아보지만 역시 금방 버리게 된다. 그렇게 다양한 방법론을 파다 보면 스스로 만들려고도 한다. 기존 방법론의 수정이 아니라 그냥 근간을 뒤엎는 새로운 방법으로. 사실 만든다기보다는 자기 편한 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기존에 제시된 방법을 잘 알아보지도 않고 부정하는 사람들도 많이 봐왔다.
방법론은 일종의 종교다. 믿는 자가 천국에 들어갈 수 있다는 말처럼, 방법론을 신뢰해야 성공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신뢰는 방법론의 원리, 효과, 목적을 이해하는 것에 기반을 둔다.
방법론에 신뢰를 가져야 하는 이유는 모든 방법론에는 삽질하는 숙련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효과가 안 느껴지고 불편한 기간을 견뎌야 하고, 누가 해결 방법을 알려주지 못한 구간에 빠졌을 때 효과, 원리, 목적을 다시 깨닫고 스스로 노하우를 터득해 빠져나와야 한다. 운전과 마찬가지다. 면허 학원에서 모든 케이스에 대해 가르쳐 줄 수 없는 것처럼. 결국 운전 시간을 늘려서 스스로 다양한 상황을 마주치고 해결해야 한다.
생산성 방법론에서 이런 구간의 대표적인 예시로 PARA의 Area vs Resource 분류가 있고, 제텔카스텐에서는 메모를 모아서 최종적으로 글을 쓰는 과정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해에 기반한 신뢰가 없으면 이 구간에서 "PARA는 분류가 힘들어", "제텔카스텐은 글쓰기에 도움이 안 돼"라는 식으로 결론 내리고 사용을 포기한다.
누군가가 연구한 방법론을 안 쓰고 "정답은 없어! 개인에게 최적화된 방법은 제각기야!"라는 주장하에 스스로 편한 것을 쓰면 그다지 발전은 없을 거다. 기존 방법의 문제점을 찾아 수정하거나 개선한 게 아니라 build from scratch로 만들어진 방법은 항상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된다. 편한 대로 만들어진 시스템은 목적과 원리가 있기 어렵고 충분히 비판받아서 개선되지도 않았을 거다. 그냥 본인에게 편한 방법일 뿐. 수영으로 따지면 정식으로 영법을 배운 게 아니라 개헤엄으로 헤엄치고 있을 뿐이다. 물에는 뜨고 금방 적응도 되겠지만 그게 최선은 아닐 거다. 다른 사람들이 좋은 영법을 가르쳐주는데 굳이 개헤엄을 칠 필요는 없다. 거인의 어깨 위에 설 필요가 있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