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텔카스텐 같은 방법론을 쓰면 글쓰기 난이도가 줄어든다고 알려졌지만 이러한 방법을 쓰더라도 사실 여전히 글 쓰는 건 어렵다. 재료가 주어지기에 글쓰기를 시작하는 것과 내용 구성은 쉬워지는데 디테일하게 쓰는 건 여전히 어렵다. 사실 좋은 글쓰기는 디테일에서 차이가 나는 것 같고. 설득력 있고 맛깔나는 글을 쓰는 건 그 디테일에서 결정이 되니까.
메일 레터를 쓰든 책을 쓰든 글 쓰다 막혔을 때의 심리를 많이 느껴봤다. 특히나 석사 졸업 논문 때 너무 뼈저리게 느꼈다. 글을 쓰다 막히면 불편함, 불안감이 든다. 입은 꼭 다물고 눈이 흐릿하게 된다. 그리고 모니터만 뚫어져라 쳐다본다. 손은 키보드만 탁탁거리며 얼어 있고. 그리고 마음의 불편함 때문에 그거를 회피하고자 SNS로 도피하기도 한다. 아마 많이들 느껴봤을 거라 생각한다.
이런 현상은 Writer's block이라고 부른다. Writer's block을 해결하기 위해 갖가지 아티클을 읽고 실험을 해봤다. 그 결과, 대다수의 방법이 공통된 한 가지 원칙에 기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원칙은 바로 "발산 시에는 제약을 없앤다" 였다. 대다수의 지식 노동은 발산과 수렴 단계로 나누어져 있다. 발산 시에 제약을 없애는 것은 모든 지식 노동에 적용할만한 원칙이다. 대표적으로 브레인스토밍할 때에 아이디어 수집 단계에서는 타인의 아이디어에 대한 비판을 금지하는 것이 있다. 조금의 비판이라도 있는 순간 아이디어를 내는 게 위축이 되고 이는 아이디어 수집을 막게 된다.
제텔카스텐에서도 임시 노트를 모으거나 GTD에서도 Inbox로 생각나는 것들을 일단 모으는 것도 발산 시에 제약을 없애 생각과 자료 모으기를 원활히 하기 위함이다. 관련해서 다음같이 영상으로 만든 적도 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글쓰기도 발산과 수렴 단계로 나누어져 있는데, 대개 글을 쓰다 막힐 때는 발산 단계에서 스스로 제약을 걸고 있어서 그렇다. 자기 검열 때문에 글이 안 써지는 거다. 비유를 하자면 액셀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고 있는 상태. 따라서 "발산 시에 제약을 없앤다" 원칙을 적용하면 조금 더 글을 써내기 쉬워진다.
원칙이 하나인 거지 그 원칙을 구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지금부터 "발산 시 제약 없애기"를 글쓰기에서 구현한 방법을 소개한다. 즉각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1. 아무 말이나 강제로 쓰기
글을 그냥 마구 써보는 것이다. 써야 할 주제에 대해 써도 되고 떠오르는 생각을 그대로 적어봐도 된다. 사실 이는 프리라이팅 기법이라 불린다. 예열을 하는 거라고 볼 수도 있다. 생각나는 글을 억지로 쓰다 보면 머리가 예열되는 느낌이 들면서 글이 써진다.
도구를 활용할 수도 있다.
워드스프린트 사이트의 경우 제한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은 단어를 쓰게 유도한다. 워드 스프린트에서 내가 쓸 글을 제한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이 쓰는 것을 목표로 해볼 수 있다. 이러한 목표를 가지면 우선 자기 검열보다 써 내려가는 것을 우선할 수 있다. 우선은 무작정 발산하고 나중에 퇴고 과정에서 글을 다듬는 것이 훨씬 편하다. 액셀과 브레이크는 동시가 아니라 따로 밟아야 하는 것.
또한 글을 쓴다고 해서 꼭 순서대로 작성할 필요는 없다. 생각이 나는 부분부터 적는다. 서론부터 결론까지 쭉 적을 필요 없다. 결론이 강렬하게 생각이 났다면 결론부터 작성하는 거다. 사실 우리가 어떤 주제에 대해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을 때엔 전체 글의 개요가 생각나기보다는 글의 강렬한 한 부분이 생각나서 적고 싶은 때가 많다.
이렇게 생각나는 부분부터 작성해서 글 전체 볼륨을 늘린다면 막혔을 때의 불안감이 감소할 것이다. 일단 글이 있고 완성까지 훨씬 더 가까워졌으니까. 그리고 행동 편향으로 불안감이 감소한 것도 있을 것이다. 불안감의 감소는 터널 시야에서 벗어나게 해줘서 더 좋은 글을 쓰게 해줄 것이다.
2. 말로 글 써보기
누군가에게 대화를 하듯이 글을 쓰면 글이 더 쉽게 써진다. 설명문 같은 경우 누군가 앞에 있다 생각하고 그 사람에게 설명한다는 느낌으로 글을 쓰면 더 수월해진다. 글을 쓸 때보다는 말을 할 때 제약이 더 적어지는 느낌이다. 말실수는 있어도 글 실수는 잘 없지 않은가. 말하는 게 글 쓰는 것보다 함부로 하기 더 쉽다(?)
누군가에게 설명하는 느낌으로 글을 쓰면 볼륨도 늘어나지만 의외로 생각지도 못한 부족했던 부분을 발견할 수도 있다. 이 사람을 설득하거나 설명하기 위해 말을 하는 건데, 논리 비약이나 설명 부족이 느껴지는 거다.
이 과정에서는 STT를 활용할 수 있다. 2026-09-29 시점에서 나는 Wispr Flow라는 도구를 이용 중이다. 인식률이 꽤 좋은데 내가 말을 하면 한국어나 영어로 잘 바꿔서 텍스트로 만들어준다.